서희를 낳기 전 "84년생 김지영"을 넷플릭스에서 처음 봤을 때, 내겐 별 감흥이 오지 않았다. 그냥 저게 그렇게 페미니스트 소설이라는 오명을 쓸 정도의 작품인가 싶었는데 서희 낳은 후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복습시키고 싶을 정도로 공감의 정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서희가 약 200일 되기 전까지 너무 힘들고 우울해져서 육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래도 애가 5월생이라 덥더라도 애 데리고 놀이터 벤치에서라도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또 힘들 때는 맘카페에서 다른 분들이 애엄마로서 엄마답지 못하다며 좌절하는 글들을 보며 공감하고 위안을 받았다. 또 다른 방법으론 엄마로서 마이너스 수준인 사람들의 삶을 보는 것이었는데(아무래도 나는 바닥까지 찍었던 것 같다.) 먼저 넷플릭스에서 요즘은 욕 좀 먹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를 봤었더랬다.
아무도 모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여기서 장남 아키라 역을 맡은 야기라 유야의 첫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 작품으로 역대 최연소(14세)로 57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고 한 때 약물 과다 복용 등 방황을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저게 연기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스가모 어린이 방치사건은 듣기만 해도 너무 슬픈데, 1988년 엄마가 집을 나간 뒤 어린 형제자매끼리 맨션에 남겨진다. 장남이 친구들을 집에 놀고 있는데 여동생이 너무 운다는 이유로 옷장에서 막내 위로 뛰어내리거나 때리는 와중에 두부손상으로 죽게 되었다. 그나마 여동생이 죽어서 다른 형제자매들은 구조돼서 살게 된 것 같다. 영화에선 장남은 좋은 사람으로 나와서 장남에 대한 감정 소비는 없었다.
엄마는 추후에 애들 앞에 나타나진 않고 2~3만 엔 정도만 송금한 것 같다. 그래도 난 저 정도의 엄마는 아니야라고 생각하면서 보긴 했지만,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슬펐다. 추후에 엄마가 죽은 딸이 평소에 공항을 좋아했다며 실제로 공항 근처에 묻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그것도 기가 막혔다. 비행기 소음이 가득한 곳에 묻어주다니... 응당 엄마라면 비행기도 태워주고 해외여행도 같이 가고 그래야 하는데 그 외에 아이가 좋아하는 걸 몰랐다는 반증이기도 해서, 이미 세상에 없는 아기가 너무 안타까웠다.
현실에선 아이들은 어른 없는 원더랜드를 꿈꾸지만, 실제로 어른이 없는 세계는 지옥이라는 얘기가 있다. 아동학대 없는 곳에서 아이가 아이답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서희 나중에 장난감이라도 사주려면 나도 돈을 많이 벌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마더
오모리 타츠시 감독 작품. 이번엔 방치까진 아니지만 아이를 자기 소유물처럼 생각하고, 초등학교에서 조금이라도 배워서 독립하지 못하도록 앞 길 막은 엄마 등장이다. 이것도 실화 바탕이라고 하는데 나중에는 돈이 떨어지자 본인의 엄마를 아들에게 죽이라고까지 한다. 엄마를 너무 사랑하고, 다른 길을 모르는 아들은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마는데... 참 아동학대도 여러 방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엄마역으로 나오는 나가사와 마사미는 청순한 역일 땐 청순하게, 비열하고 싼 티 나는 역이면 그 역할조차 그대로 소화해 내서 팔색조의 연기를 하는구나 생각했다. 이 영화에선 후자로 저런 형제자매가 없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매번 등장하는 사회복지사가 있는데, 구하지 못한 아이를 생각하며 괴로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보는 내내 다른 시청자 마음도 그랬을 것 같다. 이런 일들의 재발을 막으려면 뭘 해야 할까.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 언제나 들릴 수 있는 쉘터가 있고, 사회복지사가 늘 상주해서 빠르게 아동학대를 감지해 낸다면, 그런 엄마로부터 보다 빠르게 아이들을 분리한다면 조금 나아질까.
정인이 사건도 어떻게 했었다면 방지가 가능했을까? 아이를 입양하려는 부모에게 아기를 키울 동안 약 10년간 CCTV를 집에 다는데 협조하게 하면 너무 잔혹한가.
결론
보면서 그래도 나는 그정도 나쁜 엄마는 아니지? 하는 위안이 아니라 열에 뻗혀 눕고 싶을 정도로 둘 다 슬프고 화가 나는 영화였다. 아이를 슬프게 하는 나쁜 어른이 되기 싫다. 그나저나 저 영화에 나오는 엄마도 별로지만, 책임지지 않는 아빠란라니... 뭐 하는 사람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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