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결국 “더 글로리”를 보고야 말았어. 혜교언니도 여전히 예쁘더라. 3월이 또 보자, 연진아. (스포도 있어, 연진아)

희희 봐주시는 베이비시터님이 재벌집아들보다 더글로리를 10배 더 재밌게 봤다고 하길래, 도전했다.
잘 사는 연진 포함한 5명의 일당들에게 고대기로 지짐까지 당하며 심하게 왕따를 당하는 못 사는 집 딸 문동은. 괴롭힘을 참다못한 동은은 그 아이들의 이름을 다 적고, 학교 폭력으로 인해 자퇴한다고 학교에 알린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약자에 대한 2차, 3차 가해뿐.. 더욱이 그녀를 지켜줘야 할 엄마는 연진이 엄마한테 큰돈을 받고 좋아하며 딸의 학교 부적응이었다는 합의서에 동의해 버린다. (엄마가 애써준다면 이 이야기는 결이 달라져서 편이 안될 것 같긴 했지만 이 아줌마는 엄마 타이틀 버려야 한다… 혈압 올라.)
성인이 된 몹쓸 동창들은 과거를 잊고 사회에서 성공해서 대부분 잘 살아가지만 동은이를 악몽 같은 나날들을 이를 잊을 수 없었기에 그녀의 온 생을 걸어 못된 동창과 관련자들을 응징하려고 한다.

기생충에서 부잣집 딸 역을 맡았던 정지소가 여기선 송혜교 아역을 맡았다. 드라마 봤을 땐 정지소인 걸 인식하지 못했는데 참 연기를 잘하는 것 같다. 화상으로 인해 어려서나 커서나 팔을 자주 긁는 장면이 나오는데, 말로 형언하기 힘든 잊을 수 없는 찝찝함, 괴로움을 잘 설명해주는 것 같다.

도깨비의 김은숙 작가 아니랄까 봐 복수극임에도 불구하고 짤막한 씬들이 피식하는 웃음을 안겨줬다. 특히 동은(송혜교)이 폭력적인 남편을 죽이는 대가로 동은의 복수를 돕기로 한 인내심 많고, 알고 보니 흥신소 역할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아줌마가 나오는데… 송혜교만 보면 고맙기도 하고 동료로서 정을 느껴 삶은 계란을 자꾸 주려는 씬이 재미있었다.

연진이 성인 역으로 나오는 임지연은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역할로 데뷔했던 배우인데, 실제로 고등학생 때 일진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번 역에 찰떡이었다. 썩은 표정이 따라 하고 싶을 만큼 일품이었다. 기상캐스터로 나올 때 보여주는 또박또박한 목소리와 가식적인 웃음도 연진이를 잘 표현해 주더라.

인상적인 대사는 동은이 자신을 향해 애정을 표현하는 여정에게 난 왕자님이 아니라 같이 칼춤 춰 줄 망나니가 필요해요라고 말하는 씬인데 동은이는 정말 복수에 미쳐서 정상이 아니지만 뚜렷한 목적의식을 본받고 싶었다.

동은이가 바둑을 배우고, 연진이 남편, 하도영(배우 정성일)에게 접근하는 씬이 있는데 불륜을 유도한 건지 연진이의 과거만 알리고 싶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만약 불륜을 유도한다고 해도 뻔한 불륜으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왠지 연진이 못지않게 남편도 난 놈일 것 같다는 느낌이 오는데 나만 그런 걸까? 포커에서 숨겨진 조커패 같은 느낌이다. 캐릭터 중에 일진이 많다 보니 대사에서 한국의 씨발을 어찌나 연신 남발하던지 ㅜㅜ 더글로리가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기에 이제 해외에서 나갈 땐 한국말로 저런 욕은 하면 안 될 것 같다..

김은숙 작가의 전 작품이 제대로 말아먹어서(아마 이민호 백마 타고 나오던 작품인 듯) 이번에 칼 갈고 쓴 것 같다는 얘기가 있다.. 드라마에선 일기에서 매번 친한 친구에게 말하듯이 동은이가 “연진아”를 연신 부르며 내레이션이 자주 나오는데, 처음엔 특이하네 했지만 극이 진행됨 따라 점점 동은이의 내레이션은 소름 끼치기까지 한다. 연진에 대한 증오, 광기 어린 집착이 잘 드러난다. 아직까진 8화만 개봉되었으며 나머진 3월에 개봉한다고 한다. 울 희희가 3월에 단지 내에 있는 어린이집으로 바꿔서 가게 될 텐데 더글로리도 그렇고 꽃이 피는 3월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송혜교와 김은숙이 주는 고 탄산 사이다를 기대해 본다. 브라보 3월!